채식주의자1 채식주의자 by 한강 ‘채식주의자’를 읽는 내내 느낀 점은, 이 책은 결코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모든 만남이 언제나 그렇듯, 때로는 의도치 않은 조우가 뜻밖의 전개를 가져오는 법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 중간에 던져버릴 생각을 하고 손에 든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애써 외면해 왔던 무언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다시 그림자처럼 내 안으로 들어와 물감처럼 내 마음 속으로 번져 들어가며 내 마음의 색을 다소 어두운 톤으로, 그러나 조금 더 투명한 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채식주의자’는 각각 독립되어 있으나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 편의 작품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편의 소설을 다 읽은 뒤, 멍한 충격 속에서 작가가 이 .. 2023. 1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