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좋아한다. 뭐가 나왔는지, 뭔가 재미있는 책은 없는지 돌면서 살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눈에 들어 온 것이 이 책이다. 일본 책들은 보통 내용이 가볍고, 별로 책값을 못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가끔 보다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을 하거나,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알기 쉽게 전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운 좋게 그런 케이스였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유튜버라는 직업은 진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 개인적으로도 이 질문을 마음 속 한 구석에 가지고 있었는데 책 제목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으니,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멋진 것은, 이 책을 쓴 사람의 특이한 이력이다. 에반게리온으로 잘 알려진 가이낙스 라고 하는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을 창업한 사람이기도 하고, 이전부터 정기적으로 미래를 예측하여 독특한 인사이트를 세상 사람들과 나눈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저자 오카다 토시오는 10여년 전에 이미 '평가경제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개인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어 과거 주요 미디어가 독점했던 대중에 대한 영향력에 균열이 생기게 될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사람들의 '좋아요'와 '구독'과 평가에 의해 유튜버가 영향력을 얻고, 주류 미디어를 잠식해 나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예측해 낸 것이다.
이번에도 저자는 과감하게 독자적인 미래예측을 전개해 나간다. AI와 로봇의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변화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오타쿠의 왕 - 오타킹 - 이라는 별명을 자칭할 만큼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이 보는 앞으로의 세계는 역시 매우 달랐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참고가 된 부분은 향후 아이돌이 귀족이 될 거라는 주장이었다. 저자 오카다 토시오는 앞으로 유튜버도 결국 AI 유튜버에게 도태되어 인간 유튜버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나도 일정부분 동감한다), 그는 유튜버 뿐만 아니라 상당부분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는 부분들도 거의 모두 AI와 로봇이 결국 주역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를 결코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된 사회에서 결국 다시 인간은 또 무언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추앙하게 될 거고, 아마 그것은 자연발생적 아름다움에 대한 추수나 즐거움을 주는 가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결국은 결국 아이돌에게 투영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앞으로의 시대에는 아이돌이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귀한 대접과 존중을 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물론 그때의 아이돌은 지금과 같은 음악이나 연예활동을 한다고 예측하는 것도 실수일것이다. 진짜로 우상적 존재로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또 놀라게 할 것이다. 저자 오카다씨는 이러한 아이돌의 귀족화를 앞당기고 있는 하나의 추세로서 한국의 K-pop 아이돌 육성시스템을 그 맹아로 보고 있는데 매우 흥미로운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최근의 아이돌을 보면서 예전에 없었던 퍼포먼스의 예술성이나 상품으로서 다듬어진 한 인간의 가치가 정말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경지에 돌입했다고 느끼는 때가 많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 더더욱 자신만의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게 될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주장한다. 연애도, 우정도 가상 공간안에서 추구하게 되고 그것이 더이상 이상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것도 이미 시작되었다. 이미 우리는 알고리즘에 따라 계속 한쪽으로 강화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고 있으며, 거기서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제 더이상 모두가 아는 국민가수, 국민 노래 이런 건 없지 않은가? 불과 10년전만 해도 그런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어서 듣고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약간 오싹하다. 한번의 우연한 선택과 만족이 결국 나를 그 안에 가둬 둘수도 있을거고, 계속 그 안에서만 파고 들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점을 보더라도 타인의 취향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외국어 공부는 앞으로 필요 없어질 거라고 하는데, 나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과 여전히 이 세계를 폭넓게 살아가려면 영어와 중국어 또는 일본어 이런 언어 소양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라도 가지기 위해서이다. 저자 오카다 토시오의 유튜브를 보면 솔직히 이 사람 주장이 재미있고 독특한데다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지만, 살짝 빗나가거나 좀 일본적인 관점에서 잘 벗어나지 못해 촌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점은 거의 60이 넘은 그의 나이 (오카다 토시오는 1958년 생이다)와 애니매이션 오타쿠라는 점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세계가 정말 기대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행복한 정신상태로 많은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사실 나 개인적으로도 1990년대와 2000년대보다, 2010년대 들어서서 훨씬 많은 성취와 도전 성공을 달성했는데 이 모든 건 기술의 발전을 적극 도입하고 가능한 한 내 범위와 한계를 없애려는 노력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넓히는 측면에서 꼭 한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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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마존 킨들을 통해 원서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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