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읽은 중국 관련 비즈니스 / 경제 서적 중에서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국내 저작 뿐 아니라, 솔직히 해외로 시선을 돌려도 이 이필상 미래애셋 전무 (이하 경칭 생략 또는 저자)의 책만큼 포괄적이고 깔끔하게 중국의 주요 기업을 개괄해 주는 책은 지금껏 없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성장해 왔고, 또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중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수십년간에 걸쳐 양질의 이공계 인력 육성 결과로 가능해 진 중국의 '엔지니어 배당' 에 근거하여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기업은 바로 그 가장 생생한 예시들이다.
반도체 산업, AI연관 산업, 로봇 산업, 로보택시(자율주행) 산업, 헬스케어 산업, 배터리 산업, 자동차 산업, 인터넷 플랫폼 및 신소비 산업 총 9개 분야로 나누어 폭넓은 설명을 제공한다.
한가지 매우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주요 산업 중 '금융'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확실히 현재 중국의 성장은, 기술 주도, 국가 주도라는 점이 이런 측면에서도 생생히 느껴졌다. 즉, 민간의 투자와 자율적인 시장에 따른 금융의 역할로 자본이 발전 산업에 투자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패권과 서구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육성하기로 마음 먹은 곳에 자원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적 성향에 따른 성장이라는 것을 이런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렇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의 첨단산업, 첨단제조 업체 기업들이 중국 외 시장에서 거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금의 중국의 굴기가 가진 한계를 읽어낼 수 있었다. 이들이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도, 중국에 적대적인 서구와 그 동맹에서는 안보 및 안전 문제로 인해 중국 기업의 혁신을 누리기 어렵다는 점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표면적인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나아가 중국은 서구 기업의 혁신을 적법한 방법으로 또는 불법의 방법으로 (기술 유출, 표절 등) 모두 누리면서, 자국의 기술 혁신을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해 쓰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도 지적할만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기업활동과 기술 혁신이 결국 중국공산당의 영구 존속과 세계 패권 확보를 위해 복무하게 된다는 점은 정말 중국인이 아닌 사람, 더 정확히는 중국 공산당과 그 이익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위협적이고 불편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기업이 계속해서 그 성공을 이어나가고 나아가 전세계 산업을 리드해 나가는 미래는, 어떤 의미에서는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은 훌륭한 인력이 있고 (엔지니어 배당), 그리고 큰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기업을 지원 하고 있으며 (도시간 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표 기업을 육성, 공급과잉을 보조금으로 지원하여 경쟁력을 갖춤), 일본이나 한국과 달리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면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또 전파시킬 하드 파워를 키워 나가고 있다. 특히 AI나 의약/바이오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사실상 빠른 사회적 합의를 강제하고, 또 과감한 실험을 밀고 나가며 (각종 인체실험이나 사회 실험이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가능하며, 개인 정보 보호 혹은 기타 여러 윤리적 문제도 당이 결정하면 무시할 수 있다)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중국 기업만의 엄청난 강점이다.
그러나 그 과실이 철저히 중국 공산당과 중화민족의 이익을 위해서만 복무한다면, 또 이 발전으로 인한 효용을 전 세계의 투자자나 사람들이 제한적으로만 누릴 수 있다면, 그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클지 또한 의문이다. 계획 경제가 늘 표면상으로는 더 완벽하게 보이더라도,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장 경제에게 항상 효율성, 효과성 면에서 패배해 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중국 기업들의 진짜 굴기는, 언젠가 찾아 올 공산당 정권 이후의 중국에서야 우리가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사실상 의미 있게 점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고, 이들은 이제 그들만의 방식으로 글로벌 수준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매우 뚜렷하다. 우리가 중국의 창업자들이 이룬 엄청난 혁신과 성공을 목도하고 있음에도 그 개인들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 역시 어쩌면 이들이 공산당에 의해 '간택받지 못했다면'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마천이 쓴 '사기열전'의 화식열전 (貨殖列傳) 편에서 중국인들은 이미 부의 증식과 사업의 오묘함에 관해 2000년전에 상당한 수준의 깨달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손자병법 등의 고전 역시, 중국이 조직을 경영하는 방식과, 커다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에서도 매우 세련되고 훌륭한, 완성된 지혜와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선명히 알려준다. 또한 중국의 철학과 역사 역시 중국인의 추상적 사고가 얼마나 정교하고 또 고차원적인지, 또 그들이 이룬 국가와 조직이 얼마나 많은 지혜와 경험을 갖추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현대 중국의 기업조직은 아직 중국인들이 과거에 달성했던 인상깊은 수준의 성취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역사가 짧고 좀 더 지켜 볼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또 한명의 투자자이자 금융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계속해서 중국 기업을 지켜보며 공부해 나갈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공부의 시작을 크게 도와주는 매우 귀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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