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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by 오태민

by FarEastReader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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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 본격적인 지정학 서적이다. 달러와 미국 패권이 가져다 준 현재의 번영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에 대한 여러 견해를 소개하면서, 이 달러와 미국의 시대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요인은 바로 지정학 (Geopolitics)에 있음을 강조하는 책이다.

 

비트코인이 최근 (202310월 이후 1달여간) 반감기를 앞두고 다시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고, 이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지적이고 근본적인 설명을 해 온 오태민씨의 저작에도 관심이 가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그의 전작인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또 지정학 역시 내 관심 분야 중 하나였기에 간만에 매우 빠져들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의 논지는 매우 명확하다. 현재의 세계는 미국이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제국에 의해 규정되고 보호받은 시스템에 의해 형성되었다. 미국은 과거의 패권 국가와 달리 직접 쳐들어 올 수 있는 적을 자신의 주변에 두고 있지 않으며,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바다에 의해 고립되어 있고, 자체적으로도 식량과 자원의 자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제국이다. 이러한 특성에서 미국은 직접 육군을 보내 지배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제국의 확장과 힘의 투사를 시도하였던 역사상의 다른 제국과 달리, 고립주의와 확장주의 사이에서의 내부 갈등을 통한 균형을 유지해 온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민족 개념과 전근대 역사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보편적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재미있게도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제국주의에 극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이다.

 

이러한 미국에 의해 규정된 세계는 포스트1945 체제라고도 불리우며, 이 체제의 특징은 보편적 가치로 주창된 개인의 선택권의 향상, 자유의 증진, 각국간 교류와 무역의 증가라는 특징을 가졌으며, 소련의 붕괴와 글로벌화(세계화) 현상의 심화를 거치며 더욱 공고해 지는 것으로 보였다. 일본과 서유럽을 비롯하여 한국와 중국, 그리고 인도를 비롯한 과거의 식민지배를 받던 제3세계가 이 체제 아래서 번영을 구가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한국은 이 체제 하에서 그 지정학적 중요성을 운이 좋게 높게 평가 받는 한편, ‘한국전쟁2차대전과 베트남전쟁의 사이에 발발하는 우연 아닌 우연을 경험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에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국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는 근본적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저자는 미국 중심의 세계가 이렇게 80년 가까이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이 한편으로 기적이라고 설명한다. 제국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제국이자,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자국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이 계속해서 희생을 감수하며 과거 영국의 지위를 이어 받아 해양세력의 대표이자, 세계의 균형자이자 체제의 수호자 역할을 영원히지속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히려 너무나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출현과 그의 식지 않는 인기는 바로 미국이 이제 지쳐서, 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해 가면서 이상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를 선택해 나가는 미래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보편성이라고 하는 가치, , 미국과 서구가 오랫동안 신봉해 왔던 개인의 자유와 선택지를 최대한 넓혀 주는 정치 및 사회 체제나 기독교 문화, 달러 중심의 자본주의가 계속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주의 국가 중국이 미국이 만들어 놓은 포스트1945 체제를 이용하여 엄청난 자본과 영향력을 쌓아 부활하여 미국 체제를 위협하고 있고, 이질적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유라시아와 중동 세력들은 미국의 가치에 동의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내세우며 미국이 만든 질서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중동의 도전이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며, 미국이 70년 전, 80년 전과 달리 혼자 세계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환상에 불과하다. 아울러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 자신이 그러한 역할을 계속하여 자처 하려는지도 의문인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또한 미국 또한 여러 실책과 오판을 계속 거듭해 왔고, 그 내부에서도 베트남전의 패전과 아프가니스탄 개입의 포기, 2008년 금융위기, 극단적 PC주의의 발흥, COVID-19로 인한 변수 등을 겪으며 힘을 잃어 온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도 지정학이라고 하는 바꿀 수 없는 지리적 조건그 지리적 조건을 무대로 한 무력을 가진 국가들의 무정부적 대립이 마치 거대한 중력처럼 끊임없이 이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미국 중심의 체제에도 종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저자는 담담히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해양을 완벽히 통제하며 지유로운 항행과 바다를 통한 무역을 가능하게 하였지만, 추후 이러한 미국에 의한 바다의 질서 유지가 더 이상 상수로서 가정할 수 없게 되었을 때나, 또는 중국이 쓰러지기 전 마지막 승부수로 타이완에 대한 침공을 강행하며 혼란을 심화 시킬 때 세계 경제는 과연 어떤 현실을 맞이하게 될지, 감히 예측 조차 어려울 것이다.

 

맥아더의 거꾸로된 세계지도

 

이러한 상황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발명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나 세력에 의해 지배 받지 않으므로 중립적이며, 금과 같은 자연물이 아니므로 추상화 하기 쉽고 또 보관과 이송에 제약도 없다. 앞으로의 세계에서 우리는 달러와 미국의 보호를 잃게 될 지 모르지만, 그 대신에 전 세계는 중립적이고 그 어떤 것보다 화폐로서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는 발명품인 비트코인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이야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서 미국이 있고, 또 그 아래서 아직 달러가 원활히 기능하고 있기에 비트코인의 가치를 사람들이 인식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달러가 없는 세상,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더욱 노골적이고 첨예하게 드러나는 세계에서는 중립적인 가치의 측정 및 저장 수단이자, 교환의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분할과 이송이 쉽고 전 세계에서 단일하게 사용될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금태환이 포기된 이후의 달러의 역할을 보면 더욱 잘 드러나듯이, 처음에는 그저 가상의 개념에 불과했던 것이라도, 제도권에 편입이 되고, 많은 이들이 본격 사용하게 되면 결국 장부의 이동변제의 최종성만 담보되면 그 어떤 것이라도 화폐로 무난히 기능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지금 달러는 사실상 미국의 무력과 강제에 의해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석유를 결제하는데 사용되는 페트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며 미국 국내나 미국과의 거래 뿐 아니라, 미국이 아닌 제3국끼리의 거래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 중국과 프랑스의 교역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거래에서도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일찍이 미국 바깥에서의 달러 거래의 결제 처리와 달러 저장고의 역할을 한 유로달러시장의 유구하고 효율적인 기능을 통해 문제 없이 유지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미국이 빠지게 되었을 때 지정학의 원리에 따라 갈등은 계속 지속되고 안전한 교역이 꼭 담보되지 않는 경우에도, 세계가 무역과 경제를 유지한다면 결국 중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새로운 화폐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비트코인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새로운 제국, 새로운 패권국의 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달러의 지위를 물려 받거나 상당부분 대체함으로서 미국이 없음에도 세계 경제와 교역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모색점을 인류가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여전히 다소 급진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저자 오태민씨의 견해에 상당부분 동의하며,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인류가 비트코인을 발명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비트코인 없이 바로 미국의 고립주의 채택과 지정학 중심의 분쟁상태를 중핵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가 열렸다면 얼마나 대책이 없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나는 이 글을 한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오가며 일을 하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중국의 폭주가 좌절되고 전쟁과 폭력의 그림자가 조금만 더 오랫동안 통제 하에 머무르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에서 미국이 조금 힘을 빼더라도, 오히려 비트코인의 보편적 사용이 세계의 통합과 평화적 교류, 교역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서 더욱 원활히 세계 경제가 발전하고 번영을 유지하기를 바래 본다.

 

다소 이야기가 거창해졌지만, 결국 오태민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간만에 여러 정보로 가득한 책과 도전적이고 과감한 주장을 담은 책을 만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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