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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s

한국의 시간 by 김태유, 김연배

by FarEastReader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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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다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다. 나 또한 무섭기만하다. 현재 우리는 한반도의 전성기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여기서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해서 한 30년 후에는 나이를 먹고 그 때의 10대들에게  "예전에 한국이 잘 살았었단다" 라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가임여성 1인당 출산률이 0.6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두렵고, 진짜 대책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대로 끝인가? 하는 생각에 아찔하기만 하다. 외국에 이민을 나가는 일도 쉽지 않고, 차라리 외국에서 성공할 노력을 각자가 전국민적으로 하느니, 그 힘과 에너지를 모으면 정말이지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답이 보이지도 않았다.

 

도서관을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이러한 위의 통념과 달리 한국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몇 안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4차산업혁명이 초기의 1-2차 산업혁명처럼 전세계적 의미에서 승자와 패자를 명징하게 가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우리는 여기에서 반드시 승자로 남아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 한다.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지만 저자는 인구구조나 인구의 절대규모보다 시대의 트렌트에 따라 국가가 어떤 드라이브를 가지고 정책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지 여부가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돌이켜보면 1950년대의 한국은 비록 나라는 젊었고 인구구조는 젊었을지언정, 결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일본, 미국, 독일의 성공모델을 들여와서 재빨리 산업화 캐치업에 성공하였고, 지금의 부를 이루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다시 정체에 늪에 빠져들면서 점차 성장이 둔화되어 가고 있다.

 

저자는 그 어떤 것보다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경제 성장이 있으면 수많은 모순은 자연스럽게 치유되며, 또는 해결 방법을 찾아 낼 수 있게된다고 역사를 통해 증명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4차 산업혁명을 이루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감속 성장 사회로 추락하게 되고, 그 경우 우리가 가진 모든 문제는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이 만약 여기까지 이야기 하는 것에 그쳤다면, 아마 큰 인상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꽤 과감하고 독특한 주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 가지 관점의 전환이다.

 

1. 국가정책의 중요성

 

저자는 그 어떤 것보다 국가 정책이야말로 진정하게 산업혁명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소상히 분석하며, 이것은 단순히 시장경제 논리에 충실히 따른 것이 가져온 기적이 아니며, 경부고속도로 건설 강행, 국가 주도의 중화학 공업 및 수출 대체 산업 육성, 국가 주도의 재벌 육성, 보호무역과 환율 조작 등을 통한 국내 산업 지원 및 강력한 덤핑 수출 정책 등이 성공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나 또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일본과 한국이 걸어온 길, 앞서서는 미국과 독일이 걸어온 길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컸고, 이것은 단순히 시장논리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달성하는 내생적 성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취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러한 적극적이고 분명한 노선의 정부 개입이 '정책'으로서 4차 산업혁명 달성을 위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보다 정책이 앞서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과학기술 중심으로 사회와 기업을 바꾸는 정책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이 점에서 저자에게 강하게 동의하면서도, 작금의 정치인들이 이런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영어, 컴퓨터 기술, 바이오 기술, 그 외 공학 기술 쪽으로 국가와 사회를 움직여 나갈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 아울러 금융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꽤 낙후 되어 있고 성장 동력을 잃었는데, 과연 이런 영어, 기술, 금융 세 축을 이해하는 사람이 정치권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사람들을 관료로서 밀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점에서 나는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저자가 중점적으로 미는 이모작 사회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100세 시대에서 젊은 시절에는 창의적인 일이나 기술 관련 일에 몰두하게 하고, 추후 재교육을 통해 공무원, 법조, 일반 의료 등의 일은 장년층 이후에 맡기자고 하는 식의 사회 구조 재편 역시 좋은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물론 인센티브 설계 자체가 상당히 힘들겠지만 말이다.

 

2. 북극항로의 선점

 

저자는 아주 색다르게, 지구온난화 및 기술 발전으로 인해서 러시아의 북부의 북극해 바다를 통해 교역이 이루어지는 북극항로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면서, 최고의 조선 기술과 북극항로에의 입구로서의 입지를 갖춘 한국에 드디어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한다.

 

실크로드, 말라카해협을 위시한 향신료 루트, 대서양 항로 그 어느 곳에서도 위치적 중요성을 점하지 못했던 한국이 드디어, 북극항로에서는 나름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매우 유리하다는 점이다.

 

북극항로 (출처 나무위키)

 

아울러 이 북극항로를 열려면 러시아와의 연대가 매우 중요한데, 러시아는 또 자원 부국이라는 이점을 가진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또한 그 러시아와의 연대는, 앞으로 한국이 패권을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한-중-일 연대 보다도 의외로 더 쉽게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저자는 한-중-일 연대는 거의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한-미-러의 합종을 이 관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러시아가 가진 천연가스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이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한반도로 들여올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저자는 유튜브 상의 다른 강연에서 이전 문재인정부 시절 잠깐 추진되었다가 거부당했던 안인 '북한을 통한 러시아 가스관의 건설'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힌 적 있다 (아래 동영상 19분15초 ~40초 시).

 

https://www.youtube.com/watch?v=SLKANt2hwZs

[국가전략대학원] 한국의 선택 (한미동맹의 새로운 동반자, 러시아)

 

그러나 나는 되묻고 싶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푸틴의 러시아가 과연 신뢰할 만한 대상인가? 라는 점이다. 그리고 가스관을 북한을 통해 들여 온다는 것은 북한에게 에너지 목줄의 일부를 쥐어 주겠다는 것인데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평화통일을 이루고 북한 정권을 완전히 축출하고, 러시아가 나름의 정상 국가로 회귀를 해야 가능한 한-미-러의 합종은 아직은 정말 먼 이야기로만 들린다.

 

차라리 위와 같은 이유에서 북한 정권의 몰락과 흡수 통일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지만, 현재의 북한과 러시아를 신뢰하여 자원 공유나 북극항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점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진지하게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해 준 학자가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분명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가속성장을 위해서 우리 나라에서 4차 산업 혁명이 '정책을 통해' 일어나야 한다는 점과, 지정학적 변동성이 높아지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한-미-일 동맹 뿐 아니라 다각적으로 이 지정학적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한다는 점에도 매우 동의하는 바이다.

 

 

이런 책이 좀 더 널리 읽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어려워 진 이유는 사실 이런 가치 중립적인 '정책'에 대한 토론은 언젠가 사라지고, 정치인들 중심의 이념 장난이 사회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나누고, 이런 생각을 토론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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