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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earn Foreign Languages

언어란 심리적 현상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by FarEastReader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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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언어란 '심리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지능적 문제, 인지적 문제가 아니라, 정말 '심리적 현상'라는 것의 의미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다.

 

1. 언어를 배우는 데 높은 지능이 필요한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어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지능 문제 겠지만, 그 전에 말을 알아 듣고, 말을 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글을 읽고 쓰는 법은 그다지 높은 지능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바보도 영어를 어려움 없이 하고, 한국에서는 모자란 사람도 한국어를 아무런 불편없이 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서, 즉, 모국어는 지능이 낮은 사람도 쉽게 습득해 버리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점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언어 본능' 같은 가설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 이론적 설명은 일단 여기서는 할애하기로 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를 배우는 데에 지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뭐가 중요할까? 나는 단언컨대 언어는 심리적인 현상이고, 그로 인해 약간의 숙련이 필요한 신체 기능을 활용하는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심리적인 현상이라는 것 역시 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심리적 현상'의 정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언어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서,

 
"뭔가 어려운 게 아니고,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내가 말하는 이 '말'을 아무런 편견 없이 들어 주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
위 두가지에 대한 확고한 신뢰 

 

이것이 이 심리적 상태에 대한 본질이다.

 

어렵지 않다. 

그리고 내가 이 언어를 쓰면 누군가 이에 대해 반응해 준다.

 

딱 이 점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를 다 잊을 수 있게되면, 거짓말처럼 해당 언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심리적 준비를 마치게된다.

 

2. 모순들에 대한 관찰 

몇가지 모순들에 대한 관찰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언어란 것이 얼마나 심리적인 현상인지를 알려 주는 사례들이다.

그 전에, 내가 언어란 심리적 현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실험(思考實驗)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할 테니 먼저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8세 한국인 소년에 관한 사고실험(思考實驗)  >

 

어떤 8세 (초등학교 2학년) 한국인 소년을 상상해 보자. 그 소년은 2세 때부터 할머니가 키웠다. 그 할머니는 산골에 사는 분인데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말도 거의 안한다. 그 집엔 TV도 없고, 이웃들의 왕래도 없다. 산골에서 할머니는 간단히 농사를 짓고 있으며, 아들이 보내주는 적은 돈과 농작물을 판매한 돈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소년은 일찍이 부모님이 이혼했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서 기억이 없다. 아버지 역시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1년에 1,2번 볼 뿐이다. 즉 소년은 할머니하고만 교류하고, 학교에 나가 1~2명 있는 같은 반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언어 접촉의 전부다. 소년은 책도 별로 읽지 않고, 솔직히 학교 공부도 흥미가 없다. 1학년만 다녀서 교과 과정이라고 해도 뭐 특별할 것이 없다. 아무도 소년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서 소년은 학교가 끝나면 급식 먹고 집에 가서 할머니의 일을 돕거나 혼자 논다. 같은 반 친구를 만나려 해도 멀리 떨어져 있어 혼자 가기 어렵다.

 

그 소년이 2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아버지가 직장에서 다행히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새로 여자도 만나게 되어 아이를 다시 도시로 불렀다. 그 소년이 도시로 가서 새로운 도시 학교로 전학갔다고 했을 때, 이 소년이 과연 그 도시의 학교에서 한국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까?

 

소년은 비록 공부 진도 문제나, 친구들이 하는 게임 같은 문화를 몰라서 어려움을 겪을지언정, 자기가 한국어를 잘 못하고, 못알아듣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제한적인 노출만으로 (학교가기 전엔 할머니 1명, 간 후에는 선생님과 1~2명의 친구가 추가), 이 소년은 적어도 한국어 능력은 완벽하게 습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학 간 학교의 선생님이나 새 친구들도 이 소년이 한국어를 잘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하는 사람은 독자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위 사고 실험으로 깨닫는 바가 있다면 아래 글도 꼭 함께 읽어 보기 바란다.

 

2019.09.25 - [How to Learn Foreign Languages] -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열린마음을 가진 대화 상대의 존재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열린마음을 가진 대화 상대의 존재

2019/09/25 - [How to Learn Foreign Languages] - 중국어를 배우며 느낀 점(외국어 학습법 update) 위 글에서 말하려다가 말았던 사고실험(思考實驗)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정리하여 보았

onlight.tistory.com

 

 

비단 이런 실험이 아니더라도 흥미있는 사례를 몇가지 소개해 보자. 언어는 정말이지 심리적인 현상이다.

 

모순 (1):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교포와 동남아, 중국 등의 교포들의 한국어

 

한 가지 내가 관찰하는 재미있는 모순은, 선진국 교포와 동남아, 중국 등에 사는 교포의 한국어 실력 차이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이민간 경우, 거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교육과정도 현지에서 마친 교포들의 한국어 실력에서 엄청나게 웃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한국어를 잘 못한다. 약간 그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쓰는 억양이 배어있거나, 아니면 정말이지 어눌하게 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러나 동남아에서 평생 자란 한국 아이들은? 중국이나 홍콩에서 자란 아이들은? 한국어를 엄청 잘한다. 완전히 완벽한 억양을 갖추고 있다. 그런 나라들에는 현지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참 신기하지 않은가? 심지어 더 황당한 건 해당 국가의 언어를 아예 못하는 사례도 엄청 많다.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중국사람처럼 한국어를 하는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 학생을 본 적이 있는가? 조선족이 아니라 초, 중, 고, 대학교를 거기서 나온 한국 아이를 말하는 것이다. 난 한 명도 본 적 없다. 단 한명도.

 

인도네시아 사람처럼 한국어를 하는, 태국 사람처럼 한국어를 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한국인이나 태국 출신 한국어를 본 적이 있는가? 난 단 한 명도 못봤다. 그렇게 많은 한국 아이들이 현지에서 생활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가끔 자신이 민족을 잊지 않는 한국인이라고 하면서 한국어를 못하는 재일교포들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4대째 국적도 한국으로 유지하고 살지만 한국어가 꼭 일본사람이 하는 한국어 같거나, 한국어를 못한다. 솔직히 이런 재일교포의 일본어는 일본사람도 구분 못하는 완벽한 네이티브 일본어다. 나는 이들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역시 '언어라는 심리적인 현상'의 피해자이자 결과에 불과하기 떄문이다.

 

이들이 묘하게 느껴지는 건 중국 조선족과의 대비를 느낄 때다. 조선족은 백이면 백 모두 중국 국적이고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은 사투리가 섞여 있어서 그렇지 자연스럽고 불편한 없는 한국어(조선어)를 한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대부분 조선족이 하는 중국어는 약간 다르다고 말한다. 이들의 중국어는 완벽하지 않은 외국어인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족의 모국어는 한국어(조선어)로 남아 있다. 똑같이 4대째 살고 있는데?

 

답은 마음에 있다.

 

선진국에 사는 사람은 그쪽에 동화하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방금 입국한 신출내기 (FOB: Fresh Off the Boat)의 특성에 불과하므로 이걸 지우고 싶은 거다.

 

거꾸로 중국이나 동남아에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 현지동화 욕구가 없는 것에 불과하다. 때로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우월적 지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어가 자연스러워 지는 것 뿐이다. 현지어를 오히려 못하고. 딱 그 뿐이다.

 

모순 (2):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하는 국영혼용체와 실체 영미권 교포의 말투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을 소개한다. 소위 판교사투리라고 부르기도하고, Vogue체라고도 하는 영어를 과도하게 섞어 쓰는 말버릇이 있는 사람의 한국어 현상이 있다.

 

"이 일을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사실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 라고 하는 말을

"이 일을 어떻게 Decision-making해야 할지도 unclear하고, 내가 envolve 하고 싶지도 않다" 대략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무시무시한 것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 치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실제로 유창한 사람도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제로 모순 (1)에서 등장한 영미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 한국어가 어눌해 진 교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몰라. 사실 신경 쓰기도 싫어요"

 

즉, 쉽고 단순한, 즉 세련되지 않은 낮은 수준의 한국어로 말을 하는 것이다.

 

언어가 얼마나 심리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이러한 사례를 통하여 잘 음미해 보기 바란다.

 

3. 적절한 심리상태를 갖춰야 한다 

긴 글의 결론이다. 나는 언어 공부에 있어서 항상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을 해 주고 싶다.

자꾸만 언어에 대해 '공부'를 하려 하거나, 무언가를 억지로 외우거나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오히려 언어란 정말 별게 아니고, 배우기 쉬우며,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 생각, 전달하고 싶은 정보, 나의 느낌을 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그 언어가 영어가 되었든, 프랑스어가 되었든, 일본어가 되었든, 지배자의 언어이든, 피지배자의 언어이든 말이다.

중국어이든, 한국어이든, 태국어이든, 아랍어이든 다 상관 없다.

 

그 상황에서 최대한 '진짜'에 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영어 교재보다 쉬운 영어 동화책을 권하는 이유다.

그리고 자기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고, 소통에 집중하는 원어민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만약 못찾겠으면 그냥 YouTube 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무자막으로 들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게 훨씬 낫다.

 

언어를 배우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말하기 전에, 먼저 어떤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관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았다.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말풍선에 있는 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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